실효조항의 합헌적 제한 해석

2003년 이후 국토계획법이 ‘계획적 개발의 원칙’을 천명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건축자유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관철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률적인 실효조항은 도시계획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여러 결정을 통해서 밝혀왔듯이 현행 헌법 하에서의 재산권 질서는 존속보호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것은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구속이 일정한 한계를 넘는 경우 그에 대한 예외적 조정으로서의 보상은

가능하나 재산권의 사회적 구속성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입법적⋅행정적 조치에 대해서는

헌법적 제동이 걸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본다면 도시계획시설결정에 대해 일률적인 실효조항을 두고 있는 현행 국토계획법의 해당조항은

헌법의 정신,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게 합헌적으로 축소 해석되어야 한다.

해석의 초점은 ― 도시공원의 설치⋅정비에 관한 ‘도시계획’을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제한적 도시계획의

범주로 포섭하여 ― 건축자유의 원칙에 제대로 된 제동을 걸지 못해온 현행 실정 건설법⋅계획법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맞추어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현행 국토계획법 제48조(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실효 등)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자.

동조는 “도시⋅군 계획시설결정이 고시된 도시⋅군 계획시설에 대하여 그 고시일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그 시설의 설치에 관한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도시⋅군 계획시설결정은

그 고시일부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에 그 효력을 잃는다.”(동조 제1항)고 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그 시설의 설치에 관한 (…) 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하는 경우”이다.

“토지소유자(가) 더 이상 그 토지를 종래 허용된 용도(건축)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토지의 매도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이용가능성이 배제”되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 나대지”에 대해서는 해당 토지를 수용하여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경우에도 해당 시설사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해당 시설의 설치에 관한

도시⋅군 계획시설결정은 실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도시공원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거나

사실상 예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대표적으로 지목이 임야인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공원 혹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서의 공원)에는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의 시행이 처음부터 당연히 예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보아 그런 경우까지

도시⋅군 계획시설결정이 실효한다고 보지는 않는 것이다.

즉, 도시자연공원의 경우에는 그것이 도시계획시설 계획에 의해 도시⋅군 계획시설로 결정되어 있을 뿐,

아직 도시⋅군 관리계획에 의거하여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포섭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해제

혹은 실효의 개념 범주에서는 제외하는 것이다(국토계획법 제30조, 제38조의2,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참조).

이렇게 해당 조문을 ‘제한해석’함으로써 일괄 실효라는 아주 예외적인 입법적 조치의 사정(射程)거리를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처분 – 도시계획결정은 행정처분이다 – 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에는 통상 행정행위의 취소와 철회,

그리고 실효가 있다.

이중 행정행위의 철회는 흠 없이 성립된 행정행위를 사후에 그 효력을 존속시킬 수 없는

새로운 사정의 발생을 이유로 권한 있는 기관이 장래에 향하여 그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멸시키는 독립된 행정행위를 말한다.

반면, 행정행위의 실효는 행정청의 별개의 행정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인 사실의 발생으로

당연히 행정행위의 효력이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도시공원실효는 도시계획시설결정 고시일로부터

20년이라는 ‘법정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행정행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어서,

행정행위의 실효에 해당한다. 이 실효가 개별적 사안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시설 결정 전체에

일반적으로 미치므로, 현재의 도시공원실효는 직접 법률로써 행하는 행정행위 실효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법률이 특정한 분야의 행정행위 전체를 실효시키는 것은 현실에서는 매우 드물다.

도시계획은 그 성격상 도시의 사회⋅경제적 구조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하다.

행정은 개별⋅구체적인 사례에서 도시계획을 변경(해제 혹은 내용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도시계획 전부의 효력을 ‘법률로써’ 자동 소멸시키는 것은

‘행정의 제1차적 판단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행정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장기미집행계획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중대하다고 해서,

법제정 당시 이후의 입법자 혹은 자치입법권자와 주민의 의사를 전혀 개입시키지 않고

어떤 제도의 효력상실을 자동적으로 완성시키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민주주의는 시간에 대한 지배(Herrschaft auf Zeit)이고 그것은 ‘현재,

여기의 다수’의 지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공유지인 도시공원까지

자동 실효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지적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한편, 공법이론에 따르면 법률에 근거한 토지수용이 아니라 직접 법률로써 토지수용을 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만 허용된다.

그렇다면 법률에 근거하여 특정 도시계획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 아니라 법률로써

일률적으로 특정 분야의 도시계획 전체를 실효시키는 것 또한 매우 엄격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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