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제 도시계획과 도시계획시설결정(공원)의 유사성

비교법적 설명을 통해 우리는 한국 ‘도시공원’의 도시계획법적 의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선계획 후개발’ 원칙을 선언한 2003년 국토계획법 체제 이전의 한국 토지법제는 건축자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고,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개발과 건축이 보장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체제가 2003년 국토계획법 시행 이후에 바뀌었는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보아야 한다.

도시계획의 개발통제력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도시의 개발은 원래의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기초로 해서 본다면, 한국에서 도시계획은 여전히 통용되는 건축자유의 원칙을

견제하기 위하여 일단 계획으로 건축(=개발)을 틀어막는 기능을 계속해서 수행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도시기반시설의 원활한 설치를 위해서는 엉성하게라도 ‘도시계획’을

수립⋅결정 ― 여기서 쟁점이 되고 있는 도시공원과 관련해서는 기반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계획(국토계획법 제2조 4호 다항) ― 부터 해놓아야 한다는 발상이 있었다고 하겠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도시계획시설(국토계획법 제2조 7호)은 원래 용도지역제 도시계획이나

개발제한제 도시계획과 같이 토지소유권의 박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소극적 계획’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토지수용을 예정하고 있는 ‘적극적 계획’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건축자유의 원칙에 입각한 ‘도시계획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녹지공간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한국의 도시계획실무는 도시계획시설결정 중 일부를 마치 개발제한제

도시계획처럼 운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광장⋅공원⋅녹지 등 공간시설”(국토계획법 제2조6호 나항) 설치⋅정비를 위한

‘도시계획’인 것이다. 즉, 한국의 도시계획수립권자(도시계획의 입안권자⋅결정권자)는

“도시공원 주변의 물리적⋅사회적 여건, 지역 특성 등”이나

“투자재원의 부족이나 실현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희망시설을 계획⋅결정”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양산의 중요한 배경인 것은 사실이다.

“사인의 토지가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토지소유자는

“사실상 당해 토지가 매수 또는 수용될 때까지 시설예정부지의 가치를 상승시키거나 계획된 사업의

시행을 어렵게 하는 변경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변경금지의무’를”(97헌바26)지므로,

도시계획수립권자는 일단 도시계획으로 해당 토지를 묶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도시공원 자체가 ‘일종의 녹지공간으로서 최소한의 구조물과 최대한의 자연물로 구성되어야 하는 생활공간’이라는 점도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실제로 도시공원 부지로 지정된 토지들 중 상당수는 개발제한구역 내에 편입되어 있기도 했다.

한편, 원래 (도시공원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권자였던 중앙정부(1962년부터 1973년까지)는

1974년 이후 이 권한을 1991년까지 순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로 ‘위임’했고,

2000년에는 도시계획법 개정으로 아예 지방사무로 ‘이양’했다.

이렇게 권한을 위임하고 이양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도시계획시설 중에서도 유일하게

도시공원에 대해서만 국가예산 지원불가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러한 원칙을 고수한 점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우리는 중앙정부가 왜 이러한 원칙을 세웠을까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나는 이러한 원칙의 이면에는 다른 도시계획시설과는 달리 공원에 대한 도시계획결정은 개발제한제

도시계획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던 마인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한다.

개발제한구역은 개발이 제한되는 구역이므로 잘 보전하면 되는 것이고,

해당 토지를 굳이 매입할 필요가 없다.

중앙정부가 공원부지도 그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들이 공원 부지 매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데 소극적이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을 해볼 수 있다.

법리야 다르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도시계획수립권자가 공원 부지를 개발제한구역 대하듯이 해왔다면,

그리고 그것이 길게는 50년을 넘기고 있다면, 공원 부지를 일시에 실효시키는 것은

개발제한구역을 한꺼번에 모두 풀어버리는 것에 버금가는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한에서 현행 국토계획법상의 일률적인 20년 실효조항은 문제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소가 97헌바26 결정을 하면서 여러 보상조치를 말할 때 자동실효조항의

입법까지 ‘지시’했다고 본다면 이는 무리한 해석이 될 수밖에 없다.

1999년의 헌재결정인 97헌바26은 바로 전해인 1998년에 내려진 개발제한구역 결정(헌법재판소 1998. 12. 24. 선고 89헌 마214, 90헌바16, 97헌바78(병합) 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도

이상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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